프리뷰
오랜만에 영화관에 방문했다. 주토피아 2를 극장에서 보고, 처음으로 극장에 갔는데 설 연휴라 그런지 평소에는 사람이 없는 영화관임에도 꽉 찬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최근에 관객수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하고,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본 경험도 굉장히 오래 되어서 가족 단위로 예매하고 보게되었다. 사실 역사를 기반으로 한 영화이기에 결말도 알고, 최근 한국 영화를 재밌게 본 기억이 희미해져서 기대를 하지 않고갔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고 긴 여운을 남겨주는 영화였다.
초반부는 아쉬웠지만 영화의 후반부와 결말은 완벽했다고 생각한다.
비주얼 : 색감, 촬영, 작화, 그래픽(CG)
⭐️⭐️⭐️⭐️
영월의 풍경이 예뻤다. 근데 노루와 호랑이 CG는 너무너무 아쉬웠다. 좀 조잡해..
사운드 : 배경음악, 음향 효과, 주제곡
⭐️⭐️⭐️⭐️
장면에 맞게 음악을 잘 설정했다.
인물 : 연기력, 캐릭터 매력, 관계성
⭐️⭐️⭐️⭐️⭐️
박지훈, 유해진이 기억에 너무너무 남았다.
박지훈은 단종의 생기없는 눈과, 그의 최후를 너무나도 잘 표현해 주었다. 유해진은 무거워질 수 있는 작품의 주제를 가볍게 소화할 수 있게 해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작중에서 유해진의 역할인 엄흥도가 초중반부에 과하게 가볍게 표현됐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클라이막스와 결말 부분의 연기는 최고였다.
연출 : 속도감(템포), 편집, 감독의 스타일
⭐️⭐️⭐️⭐️⭐️
영화 내내 집중할 수 있을정도로 필요없는 장면이 보이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0_umuUDRwEU&t=2s
https://www.youtube.com/watch?v=B8nrGFUnK10
영화에 여운이 남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후기를 들어보았다.
아쉬운 점 먼저

CG
이 영화에는 노루와 호랑이가 cg로 등장하는데 둘 다 너무 아쉬웠다. 노루와 호랑이는 각각이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특히 호랑이는 수양대군을 의미하기에, 단종이 호랑이를 쓰러뜨리는 장면은 성장한 단종이 수양대군에게 맞선다 라는 의미를 가진하고 한다.
하지만 이를 표현하는 cg가 너무 조잡해서,, 몰입도가 확 깨졌다.
엄흥도가 좀 가벼운 인물 같다.

이번 영화에서 유해진 배우는 초중반에 상당히 가벼운 분위기로 연기한다.
하지만 엄흥도가 마을의 촌장임을 생각하면, 단종(엄흥도가 평범한 양반으로 알고 있을 때)이 밥을 먹지 않는다고 하자 대놓고 핀잔을 준다거나, 본인이 양반의 밥을 훔쳐먹고 '양반이 너무 맛있게 먹었다' 라고 거짓말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유해진 배우의 말투가 워낙 하이톤에 빠른 말투라서 영화의 초중반에는 박지훈 배우의 구슬픈 분위기와 너무 대조가 되었다.
가볍고 코믹한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지만, 좀 더 줄여서 연출해줬다면 난 집중을 더 잘 했을 것 같다.
시녀 역할인 전미도 배우는 필요하지 않은 역할 같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단종의 시녀는 말 그대로, 시녀의 역할만 하다가 끝난다. 항상 단종과 함께 등장하지만 감초의 역할이며 별로 비중있어 보이지 않는다. 좀 더 그녀가 임팩트 있게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다못해 단종이 역모를 위해 밤에 탈출할 때, 그녀가 없다면 보초병들에게 당할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도움을 준다거나..
그녀의 비중을 큰 것처럼 홍보한 것 치고는 있으나 마나한 역할이지 않았나 싶다.
좋았던 점은?
박지훈(단종)의 눈빛

영화를 보면서 느꼈는데, 생각보다 단종의 대사는 많지 않다. 그는 영화 초반부터 생기가 없는 눈빛으로 등장하며, 필요하지 않는 말은 하지 않는다. 엄흥도의 대사가 정말 많아서 그렇게 느낄지도.

대사가 많지 않음에도 이번 영화에서 박지훈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단연 그의 표정때문이다.
유배를 떠나는 생기없는 눈빛도, 엄흥도의 마을 사람들과 친해져서 어린 아이처럼 신나하는 표정도, 더는 자신의 사람들이 죽는 것을 보고싶지 않아하는 표정도.
박지훈의 눈빛은 스크린에서 그가 배우가 아닌 '단종'으로 보이게 만들어주었다.
약한 영웅에서도 그의 생기없는 눈빛이 극찬받았다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 알겠다.
유해진 엔딩
영화의 마지막, 엄흥도의 단종을 쉬게해주는 장면은 몸에 전율을 주었다. 이 장면의 유해진 표정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무겁지 않은 분위기
단종의 삶은 너무나도 안타깝고 기구하지만, 그의 유배를 주제로 한 이 영화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무겁지만은 않다.

나는 사실, 유해진 배우 특유의 오바하는 연기에서는 그리 웃지 않았는데 단종이 호랑이를 잡은 것을 보고하는 장면에서는 저항없이 웃었다.
호랑이를 이겨냈다는 말도안되는 이야기를 보고하는 사람도, 보고받는 사람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어버버 하는 장면이 너무 재밌었다.
이동진의 파이아키아를 보면서 안 것인데 이 장면은 리허설도 없었고 원테이크로 나온 장면이라고 한다.
그래서 상대의 반응이나 리액션을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더 자연스러운 장면이 나왔다고.

'밥'이라는 것을 백성들에게 나누어주는 단종의 모습이나 그들에게 정을 붙여가는 모습도 '유배 당한' 단종의 슬픈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 긍정적인 분위기를 같이 형성해준 것이 좋았다.
단종이 사망하고, 엄흥도는 어떻게 되었는가?
https://namu.wiki/w/%EC%97%84%ED%9D%A5%EB%8F%84 (나무위키)
단종이 사망하고 세조는 '단종의 시신을 거두면 삼족을 멸하겠다' 라고 어명을 내린다.
하지만 엄흥도는 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시신을 수습해 장례를 치뤄주었다. (이는 실제로 발생한 일이다)
엄흥도는 단종의 장례를 치른 후, 가족을 데리고 외진 곳에서 살았다고 한다.
엄흥도와 지낸 마을 사람들은 그의 위치를 짐작했지만, 아무도 고하지 않아서 찾지 못했다고.
만약 영화에서도 엄흥도가 같은 행동을 했다면..

단종이 죽은 지 200여 년이 지난 현종 9년(1668년)에 참판 여필용(呂必容)이 엄흥도의 복호(復戶)를 주청했으며, 그 다음해(1669년)에는 송시열(宋時烈)의 건의로 엄흥도의 후손들을 벼슬에 등용했고, 영조 34년(1758년)에는 엄흥도를 종2품 가선대부(嘉善大夫)인 공조참판으로 추증하고, 영조가 친히 제문(祭文)을 내려 사육신과 함께 제향하도록 명령했다.
단종이 죽고나서 200여년 후 엄흥도의 자손들은 공로를 인정받았다고 하니 엄흥도의 행동이 비극적이기만 하게 결말이 나지는 않은 것 같다.
사실 단종이 '어떻게' 죽었는지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엄흥도가 단종의 최후를 도와주는 것 처럼 묘사가 되고, 엔딩의 설명에서도 이게 실제 내용인 것 처럼 설명해주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 내용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엄흥도는 단순하게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사람'일 뿐이다.
실제로 단종은 그리 오랜기간 엄흥도와 함께하지 않았기에 (약 1~2달정도라고 한다.) 영화에서 나온 것 처럼 마치 자식을 떠나보내는 아버지 엄흥도의 모습은 실제 역사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5328
'왕사남' 엄흥도처럼 진짜 단종 자살 도왔나…단종 최후의 진실 | 중앙일보
영화 '왕사남' 속 단종 최후의 진실
www.joongang.co.kr
그 밖에도 당연하지만 실제 역사에 비해 영화에서 과장된 부분이 많은데
노산군(단종)이 돌아가시자 엄흥도가 슬퍼하며 곡을 하고 시신을 수습한 뒤 장례를 치렀다. 그리고 평생을 숨어 살았다'는 실록의 단 두 문장이다.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5328
단종의 유배에 관련된 기록은 위의 두 문장이 끝이기에 엄흥도를 영웅적인 인물로 각색한 것 같다.
마무리
진심 기대 안하고 갔는데 상당히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내용 자체는 아쉬운 면이 있지만 박지훈, 유해진 그리고 다른 조연들의 연기가 작품을 크게 끌어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광주 민주화운동, 서울의 봄, 그리고 다른 역사를 다룬 영화를 보면서 항상 느끼는데 어쩌면 이런 부끄러운 역사를 숨기지 않고 예술 작품으로 제작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게 만드는 것은 상당히 좋은 것 같다.
이번 왕과 사는 남자는 티켓값이 아깝지 않았다. 영화관에서 보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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