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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소설

홍학의 자리 - 스포 리뷰

by 궈녕쓰 2026. 3. 11.

추리 소설도 나쁘지 않네

 

플롯 :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멈출 수 없었는가?"

⭐️⭐️⭐️⭐️⭐️

아니 여기서 이 인물이 죽는다고? 아니 여기서 이 인물의 증거가 나온다고? 책의 초반을 읽고 잠시 읽지 않고 방치했었는데, 오늘 약 60% 이상을 그냥 하루만에 읽어버렸다.

문체 : "문장이 아름답거나 표현이 세련되었는가?"

⭐️⭐️⭐️⭐️⭐️

장소에 대한 설명, 시간에 대한 설명이 굉장히 섬세하고 친절하다. 조연들에게도 나름의 서사를 넣어주며 생동감 있게 표현해주었다.

그리고 술~~~~~~술 잘 읽힌다.

인물 : "주인공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거나 몰입했는가?"

⭐️⭐️⭐️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준후는 일반적인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 아내나 자신의 아이는 이미 버릴 준비가 되어있다. 죽은 채다현 학생을 자신의 집 화장실 욕조에 보관하는 행위까지.. 준후가 잡히지 않기를 바란적은 전혀 없는 것 같다. 그냥 안타까운 것은 이 소설의 등장인물 모두가 '피해자' 같다는 것.

세계관 : "그 세상이 실제로 어딘가에 존재할 것처럼 느껴졌는가?"

⭐️⭐️⭐️⭐️⭐️

사실 현실에서 일어나는 범죄나 이슈는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인데, 이 소설의 추리나 상황은 모두 논리적이다. 현실에서도 할 법한 행동들과 추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보다 엽기적인 사건이 일어나면 일어났지 비현실적이진 않은 것 같다. 

메시지 :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고 묵직한가?"

⭐️⭐️⭐️

이 소설은 단순하게 '흥미로웠다.'

 

아쉬운 점 먼저

반전의 반전... 그래서요?

가능합니다. 남학생이니까요 - 323p

이 소설의 가장 큰 반전은 단연 '채다현이 남자' 라는 것. 

이 문장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내가 잘못 읽었나? 싶었다. 

하지만 몇 번을 더 읽어봐도 잘 읽었다. 준후와 다현의 관계는 동성의 사랑이었다. 상당한 충격이었다. 

근데.. 그게 끝이었다. 

채다현은 극 중에서 내내 여성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물론, 채다현이 여자라고 언급하거나 이를 추측할 증거는 없다. 하지만 이성애자가 극 다수인 인간에게 준후와 다현의 관계는 일반적인 남녀로 생각하게 한다. 굳이 이 관계가 동성의 관계여야 할 필요성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다현은 남자였고, 이는 나에게 분명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문제는 이 사실이 소설의 엔딩에 등장했다는 것. 

즉, 다현이 남자라는 사실이 소설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냥 '동성 관계였다고?' 충격받고 끝이다. 

 

홍학은 동성관계를 많이 맺고, 이성이 있으면 자리를 뺏기도 한다고. 그래서 이 소설의 제목이 홍학의 자리이고 동성애를 다룬 것 같은데 이 사실이 너무 엔딩파트에 나오니 충격만 맞고 끝이었다. 이 동성애라는 사실이 소설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기대가 되지 않는게 아쉬웠다.

 

늘어진 끈을 잡고 힘껏 올라가 중간에 매듭지어놓은 원에 목을 집어넣고 자살한 겁니다. - 323p

아... 결국 타살이라던 책의 처음과 달리 다현은 자살한 것이었다. 굉장히 허무했다.

도대체 범인이 누구지??? 경비였던 황권중?? 다현을 괴롭히던 아들의 어머니인 조미란?? 남편의 외도를 알고있던 권영주??

이 사람도 아니고 저 사람도 범인이 아닌 것이 밝혀지는 상황에서, 준후는 외국으로 떠나려 한다. 그리고 공항에서 경찰인 강치수에게 붙잡힌다. 사실 준후가 범인인가!!?? 라는 생각까지 이르렀던 나는 '자살입니다' 라고 말하는 강치수의 엔딩에 크게 허무함을 느꼈다. 

생각해보면 만약 다현이 타살을 당했을 경우, 범인이 굳이 학교에서 범죄를 저지를 이유도 없었던 것 같다. 처음부터 자살이라고 의심할만 했을지도.

 

기억에 남는 부분

소설의 전개 방식은 흠 잡을 곳이 없다.

호수에 유기되어 시체를 발견한 청년이나, 새벽에 첫 차를 타고 출근하기 위해 길을 가던 중 황권중의 차를 발견한 여사 모두 발견하는 과정이 매끄럽다. 그리고 조연에도 약간의 설명을 덧붙여서 정말 이 캐릭터가 실존할 것 같고 납득갈만한 상황에서 시체를 발견하게 한다. 

또한 경찰인 강치수의 시점에서 독자가 알고있는 사실을 근거에 빗대어 알아가고, 추리해가는 과정이 정말 좋다. 경찰이 용의자와 대화할 때 미세한 몸짓을 캐치하는 것이나, 심리학에 빗대어 추리하는 것 또한 흥미로웠다. 

인물들 또한 각자의 사정이 이해가 간다.

은성과 미란

채다현의 어머니는 사기꾼이다. 그리고 다현의 소꿉친구였던 '은성'의 아버지는 채다현의 어머니에게 사기를 당해 전재산을 탕진하고 자살했다. 어릴 적 같이 씻기도 한 친구하지만 이런 일이 발생하면 은성은 다현을 극도로 혐오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은성은 다현을 괴롭혔다. 폭력을 행하기도 하고, 사기당한 아버지의 빚을 갚아야 한다며 금전을 갈취하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은성은 다현에게 죽음을 요구했다. '어떻게 하면 날 용서해줄건데?'라고 묻는 다현의 질문에 대한 대답.

그런 은성의 어머니인 조미란은 아들을 극도로 보호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은성의 평소 행실은 그를 다현을 살인한 사람으로 의심, 아니 확인하게 할만 하다. 그래서 차라리 본인이 범인이 되기로 했다. 김준후를 의심하는 황권중을 살해하고 채다현의 죄까지 자신에게 덮어 씌우려 했다.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전에, 미란의 아들 사랑은 진심이었다.

아들을 살인자로 만드느니 살인자의 자식으로 만드는 편이 나았다. - 284p
권영주 

주인공인 김준후는 결혼했다. 권영주라는 여자와. 

하지만 준후는 그녀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다. 대신, 다현과의 현재의 관계를 사랑했다. 

하지만 영주는 여전히 준후를 사랑했고, 다현을 찾아가보기도 하는 등 준후의 외도를 알고 이를 해결하려했다. 그리고 남편이 자신을 다시 사랑하고 자식과 함께 다시 시작해보자고 했을 때, 영주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만큼 다현을 혐오했는데, 사실 영주에게도 다현을 살해할만한 동기가 있어보였다. 하지만 영주 또한 다현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난 당신을 잘 알아요. - 266p

준후는 자신을 잘 안다는 영주의 말을 듣고 코웃음 쳤다. 영주는 준후가 교사로써 명예를 신경쓴다 생각했지만 그는 그냥 자신만을 신경쓸 뿐이었다. 이상한 남자를 사랑한 권영주라는 여자로 보인다.

채다현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 이야기의 최대 피해자로 보인다. 준후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권영주에게 찾아가 이혼해달라는 사고방식은 이해하기 어렵고 잘못되었다. 하지만 사기꾼인 어머니와 그녀로 인해 생긴 피해자들에게 매일 욕설을 듣는 다현의 어린 시절.

소꿉친구였던 은성마저 다현을 혐오하고, 사기 피해자의 아내인 조미란은 다현의 교사였기에 다현을 어떻게 대했을지 언급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자신이 사랑한 준후는 다현을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다현은 정상적인 사람으로 자라나기가 불가능한 환경에 있었다. 그리고 결국 다현은 자살을 택했다.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의 정액을 몸속에 담고.

다현의 엄마는 문제를 일으키고 자살하는 순간까지 자식을 걱정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남자는 자신을 버거워 했다... 그중 한 사람만이라도 다른 선택을 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경찰의 수사 방법을 정말 잘 표현한 것 같다.

다현의 옛 스승을 찾아가는 것, 지문을 검사하는 것, 상황을 유추하는 것 모두 근거있고 신빙성 있었다. 

준후의 행동이 그들에게 추측의 근거를 주었으며, 그렇다고 준후가 억지섞인 행동을 하지도 않았다. 

정말 인상깊었던건, 용의자를 대할 때 사용하는 심리학들이다.

 

 

너를 아는건 나 뿐이야. 너를 이해할 수 있는건 나 뿐이야.

다현도, 영주도 준후에게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둘 모두 준후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어쩌면 다현과 영주는 자신이 알고있다고 믿고싶었던 것이겠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고, 그러기에 내가 가장 잘 알아야한다는 압박감에. 

생각보다 타인을 아는것은 어렵다. 아니, 불가능에 가깝다. 

준후를 잘 안다고 생각했던 다현과 영주가 각각의 방식으로 준후에게 버려진 것은 이 소설의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이다.

 

마무리

오랜만에 추리 소설을 읽게되어 재밌었다. 

이 소설은 강추를 받은 소설인데, 확실히 전개방식이 시원시원하고 다음 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게 너무 좋았다. 

반전이 너무 극후반에 있고, 엔딩은 좀 아쉬웠으나 가볍게 읽히는 문구들은 정말 좋았다.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