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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by 궈녕쓰 2026. 2. 5.

플롯 :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멈출 수 없었는가?"

⭐️⭐️

나는 단편 소설과는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하나의 이야기에 몰입하고 재미있다고 느낄만 하면 이야기가 끝남..

문체 : "문장이 아름답거나 표현이 세련되었는가?"

⭐️⭐️⭐️⭐️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문장 하나하나에 공들인게 보인다. 

인물 : "주인공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거나 몰입했는가?"

⭐️⭐️⭐️⭐️

몰입할만 하면 이야기가 끝나기는 했지만, 각 이야기 주인공들의 환경이나 이야기가 잘 어우러져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세계관 : "그 세상이 실제로 어딘가에 존재할 것처럼 느껴졌는가?"

⭐️⭐️⭐️⭐️

이야기에서 서술하는 기술들은 모두 현존하지 않는 기술들이지만, 인물들의 상황이나 환경은 현 시대에 반영해도 될만큼 '어딘가에서는, 누군가는 겪을만한 이야기' 라고 생각이 들었따.

메시지 :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고 묵직한가?"

⭐️⭐️⭐️⭐️⭐️

이 소설집의 이야기는 총 7개로 구성되어있는데, '그리움' 이라는 단어로 이 소설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들은 모두 '죽었거나 물리적으로 먼 거리'에 있는 어떤 존재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 소설은 '과학기술이 이만큼 발전했음에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이런 문제를 조금씩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소설에서 풀어간다. 

항상 '완벽한 해결'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소설이 끝나는 것은 아쉬웠지만 각 이야기에서 무엇을 독자에게 이야기하고 싶은가는 잘 전해졌다.

 

아쉬운 점.

너무 단편이야.

이전의 다른 단편 소설집을 읽으면서도 든 생각이지만, 이야기에 몰입할 만 하면 소설이 끝난다. 

그리고 각 소설은 독립적이기에 하나의 이야기에 대한 의문이나 여운은 거기서 끝내야한다. 김초엽 작가의 양면의 조개껍데기에서도 느꼈지만, 이 작가님의 작품은 소설이 아닌 하나의 다큐로 보게된다. 

나는 소설이나 영화를 볼 때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에 쉽게 몰입하게 되는데, 그래야 그들의 상황에 공감할 수 있고 그들의 문제점에 함께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는 알겠어요. 그래서 이렇게 끝나나요..?

'스펙트럼'에서는 외계 행성에서 10년을 지낸 희진의 과거 회상을 이야기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지켜준 '루이' 라는 생명체를 만나게 되고 언어적으로도 행동적으로도 서로 다른 둘이 조금씩 교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외계 행성에서 이방인이 받는 차별이나 그 곳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루이가 다른 천적과 전투를 하며 희진은 도망치는 대열에 흽쓸려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희진은 그들을 그리워하고 회상하며 지구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공생가설' 에서는 인간이 어릴 때 기생하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은 해를 끼치는 존재가 아니며, 그들로 인해 인간은 이타심이나 배려를 하는 생물로 살아가게 된다. (몇몇은 그렇지 않지만) 이 이야기는 이 공생하는 어떤 이질적인 존재를 찾아가고 이해하는 연구 과정을 그린다. 그리고, 이 존재는 인간이 7세가 되면 자연스레 관찰되지 않고 류드밀라라는 인간이 여전히 이 이질적인 존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게 된다. 류드밀라는 여러 행성 그림을 그렸는데, 그 그림들이 이질적인 존재가 살았던 행성과 너무나도 유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류드밀라와 관련된 이 이질적인 존재를 연구하면서 '무언가가 아주 그리워지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에서는 주인공인 안나가 가족이 사는 슬렌포니아를 그리워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행성은 정부에서 슬렌포니아와 지구를 오가는 교통 수단을 없애고, 그 과정에서 지구에서 발표해야할 연구가 있는 안나가 결국 지구에 남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리고 안나는 슬렌포니아로 떠난다. 누가봐도 불가능한 방법으로.

 

이 이야기들이 무엇을 말하고싶은지는 안다. 사실 결말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런 열린 결말들이 그리 반갑지는 않았다. 루이라는 존재, 류드밀라를 연구하다가 '아주 그리워지는 감정'을 느끼는 공생가설의 주인공, 슬렌포니아로 떠나는 안나, 그리고 다른 이야기들의 결말까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소설들은 흥미로운 주제를 던져주지만 이 주제는 작가가 하고자하는 말을 전달해주는 매개체일 뿐, 이야기 자체를 흥미롭게 끌어가는 것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나는 김초엽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했지만, 소설 자체가 재미있었냐고 묻는다면 모든 이야기가 끝맺음이 아쉬웠고 이야기 자체에 여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라고 답할 것 같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해하기 좋았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이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그녀는 언제가 정말로 슬렌포니아에 도착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끝에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가서 살기. 

이제는 너무 흔한 소재다. SF, 특히 우주에 관한 소재라면 기본으로 깔고가는 이야기. 

하지만 대부분은 자유롭게 행성을 다닐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 소설처럼, 다른 행성으로 가는데 몇년씩이나 소모하지 않는다. 

 

안나는 자신의 가족을 슬렌포니아라는 다른 행성으로 떠나보낸다. 자신은 지구에서의 동면에 대한 연구를 마치고 따라가기로 약속하고.

하지만 우주의 다른 공간을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웜홀이 발견된다. 하지만 하필이면, 지구와 슬렌포니아를 잇는, 심지어 그 근처조차 가지 웜홀로는 이동하지 못한다. 운이 나빴다. 

이 웜홀이라는 존재가 발견되고, 지구측에서는 행성계를 잇는 우주선을 없앤다. 경제적인 이유였다. 

다른 행성으로 순식간에 갈 수 있는 웜홀이 발견되었는데 수년, 수십년을 운영해야하는 우주선을 유지할 이유는 없었다. 

안나는 하필 슬렌포니아가 목적지였기에, 마지막으로 슬렌포니아로 떠나는 우주선을 타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안나는, 언젠가 슬렌포니아로 갈 우주선을 타기위해 냉동동결장치를 이용해 가면서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슬렌포니아로 떠나는 우주선은 시간이 흘러도 운영되지 않았고, 안나는 자신의 옛 우주선을 타고 슬렌포니아로 무작정 떠난다.

 

슬프다.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것만큼 슬픈일이 또 있을까?

나는 기차를 타면 가족을 보러 갈 수 있다. 그것도 두시간도 안걸려서. 

그래서 가족을 만나지 못하게 된다는 상상을 해본적이 없다. 

 

하지만 이를 경험하지 못한 것은 아닌데, 바로 군대에 입대했을 때다.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고 전화조차 맘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은 갓 21살이 되었던 나에게는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그래서 가족을 만나는 수료식날 펑펑 울었다. 

군대에 들어갔을 때, 사회에 있을 때의 시간과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 

 

약 한달간 고립되어있던 나도 너무 힘들었는데, 100년을 넘게 슬렌포니아로 향하는 우주선을 기다리고 가족을 그리워한 안나의 심정은 어땠을까. 감히 생각조차 하기 힘들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게 아닌가.

 

나는 개인적으로 이산가족이 생각났다.

1950년 6월 25일에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했다. 

많은 사상자가 나온 뒤, 휴전이 발표되었다. 

그리고 2026년, 76년이 지난 지금까지 휴전상태이다. 

 

이 76년동안 세상은, 특히 남한은 크게 발전했다. 내가 어릴적에도 한국의 1900년대 중반의 서울과 1900년대 후반의 서울은 비교가 안된다고 배웠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세상에는 인터넷이 생기고, 휴대폰이 생기며 세계 곳곳과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겼다. 

스마트폰이 기본이 된 지금,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와도 연락할 수 있게되었다. 

 

하지만 이산가족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을지도 모른다. 세상에 AI가 발전하고, IT기술이 발전해도 그들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 아니, 어쩌면 해결할 의지가 없을지도. 

 

이산가족에 관련해 검색해보다 보니 이런 사이트를 찾게 되었다. 사이트의 존재조차 몰랐던 나이기에, 약간 반성을 하게 된다.

이산가족의 대상들이 하나둘 하늘로 떠난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7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것은, 최소 76세의 나이를 가지게 되었다는 거니까. 

 

어쩌면 그들은 전쟁과 관련된 '국가의 갈등'으로 인해 같은 땅에 있어도 만나지 못하는 가족에 대한 생사도 확인하지 못한채 눈을 감았을지도 모른다. 

이산가족에 빗대어 생각해보니, 나도 안나와 같은 행동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의 미래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가능성이 보이지 않더라도 중국을 통해서라도 북한에 가려고 시도해보지 않았을까?

 


마무리

책은 가볍게 읽기 좋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단편보다는 장편의 소설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이야기 하나하나의 의미와 메세지는 좋았지만, '재미있다'라는 느낌보다는 '비슷하네' 라는 느낌을 받았다. 

 

김초엽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양면의 조개껍데기에서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에서도 흥미롭게 느꼈다. 

이 작가의 이야기를 좀 더 찾아봐야겠다.